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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이야기91 - 좌방(左旁)과 좌방(左膀)(1)

백미 운정 2010. 6. 21. 17:54

좌방(左旁)과 좌방(左膀)(1)

 

 

 

신광은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달마의 거처가 웅이산 어느 자락인지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일단, 노승이 말해 준대로 웅이산(熊耳山)으로 달마를 찾아 나섰다.

이윽고 웅이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였다.

마침 뱃사공 차림의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신광을 보자 합장하며 예의를 차렸다.

신광도 서둘러 답례하며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이 고장에 사시는 분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혹시 얼마 전에 천축의 스님같이 생긴 노인이 웅이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신 일이 있으신지요?”“아, 그 노스님이라면 본 일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지금은 웅이산을 떠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신광은 달마를 봤다는 말에 한편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달마 대사의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자위했다.

신광이 노인에게 다시 물었다.

“직접 노스님을 보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 좀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강가에서 만나 제가 직접 웅이산 밑자락까지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무슨 말씀이라도 들은 것은 없으신지요?”

노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그 노스님이 지금은 웅이산에 안 계시고 떠나셨다는 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떠나시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동네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혹시 어디로 떠나셨는지는 듣지 못하셨는지요?”

노인은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동네사람들이 노스님께 어디로 가시는지 물었다고 합디다. 가시는 곳이 어디라고 하더라…. 나도 사람들한테 듣기는 들었는데,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 소실산이라든가 소림사라고 하든가 그런 곳으로 간다고 하시더랍니다.”

신광의 얼굴엔 금새 밝은 웃음꽃이 피어 올랐다.

비록 노인의 기억이 어렴풋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중요한 정보였다.

신광은 서둘러 노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소실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며칠 뒤 새벽녘, 신광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소림사의 산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찬바람이 이리저리 안개를 흩날리는 광경이 선경인 듯싶었다.

마침 지인 스님이 산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신광은 합장의 예를 갖추었다.

“스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혹시 달마 대사께서 아직 이 곳에 계신지요?”

지인은 신광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스님이 논법하려고 스님이 조사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 특히 몰골을 자세히 살폈다.

지인은 이전에도 그런 스님을 여럿 안내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님을 뵈시려구요?”

“예, 그렇습니다.”

신광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간곡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빈승을 조사님께 안내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러나 지인의 대답은 의외로 쌀쌀했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사님께서는 어제 하산하시어 설법하시고는 밤중에 다시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은 동굴 안에서 면벽참선하고 계실 겁니다. 면벽하시는 동안은 조사께서 아무도 만나주시지 않을 뿐더러 함부로 찾아가서도 안됩니다.”

지인의 대답에도 신광은 쉽사리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예를 갖추고 지인에게 물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동굴로 가는 길이라도 가르쳐 주실 수 없겠습니까?”

지인은 대답 대신 냉소하듯 턱으로 산으로 오르는 길을 가리켰다.

“실례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신광은 그대로 몸을 돌려 산길로 걸음을 옮겼다.

지인은 신광의 행동에 크게 당황했다.

공연한 일로 달마 조사의 면벽좌선을 방해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큰소리로 만류했다.

그러나 신광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산마루를 넘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