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세존님 사랑

달마이야기93 - 지혜양가(智慧良可) (1)

백미 운정 2010. 6. 21. 17:57

지혜양가(智慧良可) (1)

 

 

 

신광이 하늘을 우러러 두 손 모아 다짐하는 모습은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부모가 낳아 길러 주신 큰 은혜를 생각하면 이 몸은 죽어도 보답할 수가 없나이다. 하늘이 살펴 주시고 땅이 살려 주는 은혜를 입고, 해와 달의 빛을 받으며 나라님과 수토(水土)의 혜택을 받고 있나니. 사존(師尊)의 높은 가르침과 깊은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겠나이까. 만일 성심으로 참된 도(道)를 구하지 않아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면 어찌 오은(五恩)에 보답할 수 있겠으며, 어찌 한평생을 헛되이 산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겠나이까. 육도사생(六道四生)에 빠지면 어찌 또 다시 기연(奇緣)을 만날 수 있겠나이까. 비옵니다. 하느님께서는 굽어 살피소서. 제자가 구도(求道)한 후 만일 두 마음을 품어 스승을 속이고 조사(祖師)를 멸시하면 영원히 지옥에 떨어져 초생(超生)을 얻지 못하리이다.”

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광에게 말했다.
“옳도다. 선재(善哉)로다. 그대가 바른 도를 배우고자 하면 우선 좌도방문(左道旁門)에서 떠나야 하느니라. 내가 그대에게 좌방(左旁)을 버리라고 한 것은 그런 뜻에서 한 말이니라. 그런데 그대는 그것을 좌방(左膀) 곧 왼쪽 팔로 착각하여 스스로 왼팔을 베어버림으로써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에 빠지지 않았더냐. 내가 한 말 가운데 홍설(紅雪)이 허리에 차면 법을 전수한다고 한 것도 그대가 크게 착각한 것이니라. 나는 홍설이라는 말을 결코 ‘피로 붉게 물든 눈’을 뜻하는 것으로 쓰지 않았느니라. 옛말에 정성스런 마음을 시험하는 일을 일컬어 홍설이라고 했던 것도 몰랐단 말이더냐. 그러나 그대의 피 묻은 붉은 가사는 후세까지 길이 전하여 널리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할 것이니라.”

이어서 달마는 장중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내가 이 땅에 온 까닭은 진법을 전하여 미망(迷妄)을 구하고자 함이니라. 일화오엽(一花五葉) 즉 꽃 한 송이에 다섯 잎(五宗 선가)이 열리니 결과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리라.”

달마는 신광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대는 그야말로 지혜양가(智慧良可)로다. 이제부터 그대를 혜가(慧可)라고 부르도록 하겠노라.”

‘혜가’라는 이름을 받은 신광은 달마에게 큰절을 올리고 정식 제자가 되었다.

달마는 혜가에게 여래(如來)의 정법안장(正法眼藏)과 미묘법문(微妙法門), 실상무상(實相無相)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의 법(法)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가르쳤다.

득도한 혜가에게 달마는 또 다시 게송을 들려 주었다.
“정(情)이 있으면 절로 씨가 뿌려지고 땅으로 말미암아 열매가 저절로 생기나니, 정이 없으면 반드시 씨가 없을 것이고 땅이 없으면 또한 생기는 것도 없느니라.”

말을 마친 달마는 입을 꾹 다문 채 좌행(坐行)에 들어 갔다.

혜가는 달마의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비로소 성(性)은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고, 명(命)은 전수받아야만 하는 것임을 알았다.

혜가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상승묘법(上乘妙法)임을 절감하고 그 자리에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큰절로 스승에게 예를 갖추었다.

삼배(三拜)를 마친 혜가는 간곡하게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자비를 베푸시어 더 큰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달마는 감았던 눈을 뜨면서 혜가에게 눈길을 보냈다.
“아까 스승님께서 좌방을 끊으라고 말씀하셨는데, 분명한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달마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도(道)에는 3천6백의 방문(旁門), 72종(種의) 좌도(左道)가 있느니라. 내가 말한 좌방이란 것은 이에서 유래한 것이니라. 이것은 한 묶음으로 술(術), 류(流) 동(動) 정(靜)을 이루므로 사과(四果)의 문(門)이라고도 일컬어지느니라. 하지만 내가 전하는 진법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유불도(儒佛道) 삼교(三敎)를 합일(合一)하는 불이(不二)의 법문으로 일관선천(一貫先天)의 대도(大道)이니라.”

“술, 류, 동, 정을 일컬어 사과의 방문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옵소서.”

“술이란 법술(法術)을 뜻하는 것이니라. 부적을 쓰고 주문을 외우고 운무(雲霧)를 타고 오르거나 하늘을 날고 허공(虛空)을 걷는 따위가 그것이니라. 여기에는 별을 밟고 걷는 것이나 우레를 불러 장수로 삼고 콩깍지를 흩뿌려 병졸로 삼는 일. 오행(五行)을 빌려 다섯 가지 둔갑술로 변화를 일으켜 모습을 감추어 도망치는 것 등 72가지의 법술이 있느니라. 하지만 이런 법술로는 초생료사(超生了死)할 수 없느니라. 이는 어느 것 하나도 결코 바른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