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세존님 사랑

달마이야기89 - 거짓 법문(1)

백미 운정 2010. 6. 21. 17:51

거짓 법문(1)

 

 

무작정 향산사를 떠나긴 했지만 신광은 갈 길이 막막했다.

어디로 가야 달마 대사를 만날 수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이곳 저곳을 헤매면서 사람들에게 수소문하는 게 고작이었다.

동록관에 이르렀을 때 마침 달마의 행적을 귀동냥할 수 있었다.

달마가 어떤 여인의 집에 머무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라 신광은 양연지의 집을 찾아갔다.

양연지는 방문객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보았다.

유명한 고승인 신광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갑작스런 신광의 출현에 속이 뜨끔했다.

혹시 신광이 모든 사실을 알고 꼬치꼬치 캐묻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마치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인양 신광을 대했다.

양연지의 이런 속내를 알 리 없는 신광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듣건대, 이 댁에 얼굴이 시커먼 노스님 한 분이 머물고 계시다고 해서 찾아왔소이다. 계시면 좀 뵙고자 하니 안내해 줄 수 없겠소이까?”

신광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양연지는 내심 안도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노스님께서 우리 집에 오셔서 이레 동안 머무신 적은 있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지금은 안 계시다는 말이오?”

연지는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탄식하듯 말했다.

“갑자기 병환이 나셔서 어떻게 손 쓸 사이도 없이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신광은 눈앞이 아찔했다.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온몸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물었다.

 “그 노스님을 어디에다 장사 지내셨습니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제가 혼자 힘으로 정성을 다하여 동록관의 교외에다 모셨습니다.”

신광은 대성통곡했다.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땅바닥에 덥석 주저앉았다.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섞인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내가 이렇게 인연이 없고 박복한 줄을 미처 몰랐구나. 찾아오신 큰스승을 쫓아내 여기까지 참회의 발걸음을 했건만 모두 허사가 되었구나. 이제 어디 가서 내 잘못을 용서받고, 장차 큰스승의 끊긴 도맥은 또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고….”

독백을 마친 신광은 다시 소리 내어 울었다.

양연지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짐짓 애통한 목소리로 신광을 위로했다.

“비록 노스님은 가셨지만 도(道)의 뿌리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어디서 오신 스님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신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말했소? 스승의 도근(道根)이 남아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그것을 얻은 사람이 누구란 말이오?”

양연지는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이미 나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해졌소!”

신광은 순간 야릇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달마 대사가 이 여인에게 전법(傳法)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여인은 당당하게 그것을 밝히고 있지 않은가. 신광은 잠시 의심을 접어 두기로 했다.

이 여인은 그래도 큰스승을 일 주일이나 모셨고 마지막 임종까지 지켜보지 않았는가.

이것만으로도 자기보다 인연이 깊은 듯싶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신광은 앞뒤 가리지 않고 여인에게 매달렸다.

“그 가르침을 나에게 전해 줄 수 없겠소이까?”

양연지는 목소리에 한껏 위엄을 담아 정중하게 말했다.

“그대에게 전법할 수는 있소. 하지만 어떻게 해야 법을 받을 수 있는지는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마음을 낮추고 인내하지 않고선 어려운 일이 아니겠소?”

연지의 대답에 신광은 당황했다.

급히 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그녀는 꼿꼿한 자세로 절을 받으면서 말했다.

“법은 가볍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오. 반드시 하늘 앞에 큰 원을 세워야만 하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전법이 허용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