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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이야기87 - 신광의 십계(十戒)(1)

백미 운정 2010. 6. 21. 17:49

신광의 십계(十戒)(1)

 

 

신광은 비록 꿈을 꾸고 있을지언정 전혀 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달마에 대한 궁금증으로 목이 말랐다. 염군에게 빌다시피 하면서 물었다.

“어째서 달마 대사만은 명부의 사자도 손길을 미칠 수 없는지 가르쳐 줄 수 없겠소?”

“그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오. 그 사람은 천명(天命)을 받았기 때문이오.”

“천명이라니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오?”

“천명이란 상천(上天)의 특명을 받들어 도맥(道脈)을 이으며, 시대를 주름잡고 사람들의 심안(心眼)을 뜨게 하는 것을 이름하는 것이오. 천명을 받은 사람은 구수심인(口授心印)으로 사람들을 삶과 죽음에서 해탈시키고 마침내 열반에 이르는 법을 전수할 수 있소.”

“그 법을 전수받으면 누구든지 생사(生死)에서 벗어나고 지옥의 사자인 당신들의 영향을 물리칠 수 있습니까?”

“그렇소. 하지만 그 법은 아무에게나 전수되는 것이 아니오. 지금까지 단전독수(單傳獨授)로 전해졌고 앞으로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수될 것이오. 그 법을 얻은 사람은 즉신성불(卽身成佛)을 이루었으므로 사람의 몸이지만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오. 무릇 설법만 일삼는 수행자는 단지 구두삼매(口頭三昧)로 염불을 하고 맹목적인 수련에 매달릴 뿐 심전(心傳)의 진법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오. 흔히 수행자들은 입으로 해탈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 해탈은커녕 우리들의 손길마저도 벗어날 수 없소.”

이런 설명을 들은 신광은 참담한 느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고 대꾸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때 열 사람의 염군 가운데 한 사람이 신광의 목덜미를 잡아끌면서 포박하려고 했다.

“자, 시각이 되었소. 우리를 따라 저승으로 갑시다.”

신광은 이승의 인연이 이것으로 끝나는가 싶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엉엉 울면서 땅바닥에 부복해 애걸했다.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어떻게 해서라도 당장의 죽음을 면하게 해 주옵소서.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건 안 될 일이오.”

“하지만 저의 한 가지 소원만은 꼭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달마 대사를 찾아 가서 용서를 받고 나아가서 가르침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주실 수 없겠습니까?”

“인연이란 다 때가 있는 것이오. 때가 무르익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확연하게 다르오. 더군다나 당신은 스스로 인연을 차버린 사람이 아니오. 더 이상 시간을 줄 순 없소.”

“그러지 마시고 제발 사흘만 말미를 주옵소서. 그때가 지나면 명하신대로 따르겠습니다.”

열 사람의 염군은 무서운 얼굴을 조금 누그러뜨리더니 무엇인가 상의했다.

이윽고 염군 한 사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소. 당신이 49년 동안 행한 설법과 불자를 인도한 공덕을 참작하여 3일간의 유예를 주겠소.”

신광은 너무나 감격했다.

약속대로 달마 대사에게 갈 것을 다짐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신광이 눈물을 닦고 눈을 떠보니 열 사람의 염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신광은 꿈에서 깨어났지만 아무래도 꿈 같지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했다.

신광은 두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크게 반성했다.

비록 꿈에서 한 다짐이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로 작정하고 서둘러 길 떠날 채비를 했다.

신광의 수상쩍은 행동에 제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스승님, 도대체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면 저희들은 누구의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까. 제발 고정하시고 떠나지 마시옵소서.”

그러나 신광은 끝내 결심을 꺾으려고 하지 않았다.

수많은 제자들이 울부짖으며 붙잡으려고 애썼으나 막무가내였다.

“나는 생사를 초탈하고 길을 얻기 위해 반드시 달마 대사를 찾아뵈어야 한다.”

“아니, 스승님 같으신 분이 그 늙은 중에게 배울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정 가시겠다면 얼굴만 보고 즉시 돌아오시도록 하시지요.”

“자네들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게. 나는 지금 한마음으로 참법을 구하고자 하는 생각뿐일세. 여태까지 나는 종일토록 설법해 왔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정법을 얻지 못했네. 자기의 생사도 구제하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사람의 고액(苦厄)을 진멸할 수 있겠는가. 훗날 정과(正果)를 성취하게 되면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와 자네들을 제도하고 열반을 증( )할 것이니 그리 알게. 우리가 맺은 사제의 정을 내가 어찌 모르는 척하고 팽개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아닐세. 만약 그 정에 얽매여 뿌리치지 못하면 지옥에 빠질 뿐이네.”

신광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고 목소리는 비감하다못해 절절했다.

제자들은 너무나 큰 충격으로 할 말을 잊었다.

스승 앞에 엎드려 이별의 슬픔을 곰씹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