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세존님 사랑

달마이야기116- 부활(復活)과 성불(成佛)(2)

백미 운정 2010. 6. 21. 18:46

부활(復活)과 성불(成佛)(2)

 

세월은 덧없이 흘러 1년이 훌쩍 지났다.

초가을의 파미르 고원은 한겨울처럼 찬바람이 몰아쳤다.

3년 전 위 나라 문제(文帝)가 서역으로 파견했던 사신(使臣) 송운(宋雲)은 파미르 고원의 동쪽 끝 총령(蔥嶺)을 넘고 있었다.

추위에 지친 송운은 잠시 산마루에 멈춰 서서 멀리 고향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건너편 산에서 기골이 장대한 맨발의 스님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노을에 비친 스님의 모습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법당에 안치된 금동불처럼 느껴졌다.

가까이 오는 스님을 보니 오른손에는 검은색 염주, 왼손에는 짚신 한 짝을 들고 있었다.

스님을 맞는 송운의 자세는 어느덧 경건해졌다.
송운은 스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찍이 소림사에서 본 일이 있는 달마 조사를 이런 곳에서 만난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송운은 너무나 반갑고 기쁜 나머지 제대로 인사도 차리지 못한 채 합장의 자세로 물었다.
“소관이 인연이 있어 여기서 다시 조사님을 뵙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사님께서는 어디로 가시는지요?”

달마가 산마루에 올라서면서 대답했다.
“서역으로 가는 길이외다. 한데 대인께서는 웬일로 이 저녁에 길을 서둘고 있는 것입니까?”

송운은 사신으로 갔다 오는 길이라는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달마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대인께서는 너무 서둘러 가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위 나라는 새 임금인 효장제가 즉위해 계십니다. 그전 임금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달마는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쏜살같이 총령을 넘어갔다.

송운은 달마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길을 서둘러 두 달만에 고도(古都) 낙양(洛陽)에 도착했다.

과연 달마가 말한 대로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송운은 놀라움과 함께 달마에 대한 외경심 같은 것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송운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달마를 만났던 총령은 어떤 곳인가?

구도자가 서천 성토(聖土)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땅이 아닌가?

그렇다면 달마가 그곳을 지나갔다는 것은 진짜 불생불멸(不生不滅) 무거무래(無去無來)의 불신(佛身)이 서천 극락세계로 갔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위 나라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왕실과 백성을 위해 커다란 축복이고 영광임이 분명했다. 송운은 즉시 효장제에게 상소의 글을 올렸다.
효장제는 불교를 믿고 승려를 존중하는 덕 있는 황제였다.

송운의 글을 읽은 황제는 한편 의심하면서도 기쁨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송운을 입궐케 하라고 명했다.
송운은 황제 앞에 나아갔다.
“네가 송운인가? 네 죄를 알렸다!”
효장제의 청천벽력 같은 첫마디에 송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효장제는 송운이 올린 글을 땅바닥에 던지면서 힐문했다.
“네가 어찌 짐을 기만하려고 이런 글을 올렸단 말이냐?”
“폐하, 소신이 어찌 감히 폐하를 기만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네가 정말로 총령에서 달마 조사를 만났단 말이냐?”
“폐하, 소신이 올린 글은 모두가 사실입니다. 만일 기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소신을 참수의 형으로 다스려 주시옵소서.”

송운의 자세는 진지하게 이를 데 없었다.

효장제는 마음이 흔들렸다.

이미 죽은 달마를 총령에서 만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웬일인지 믿고 싶었다.

효장제는 송운의 목을 담보로 웅이산 달마의 묘를 파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명했다.
황실의 어병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삽시간에 묘지를 파헤쳤다.

달마가 좌화(坐化)한 관이 드러났다.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관 뚜껑을 열었다.

관속에선 뜻밖에도 향기가 진동했다.

향내는 하늘로 솟아 십 리밖까지 퍼져나갔다.

과연 관속에는 달마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한 짝의 짚신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을 뿐이었다.
효장제는 너무나 놀라 그 자리에서 관을 향해 부복했다.

송운의 말을 믿지 않고 관 뚜껑을 연 것 자체가 큰 죄를 범한 것이라고 자책했다.

어병들에게 명하여 짚신을 꺼내 오게 하고 제단을 차려 모든 신하와 함께 사죄의 큰 제사를 올렸다.
다음날 효장제는 달마가 남긴 짚신 한 짝을 소림사로 옮기게 했다.

그 짚신을 잘 모셔 달마가 성불한 증명으로 삼고 모든 승려와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유시를 내렸다.

이 소식을 들은 2조(二祖) 혜가는 소림사에 있는 모든 승려들을 이끌고 미리 산문 앞으로 나와 있었다.

큰 제단을 차려놓고 영접했다.

이를 기점으로 소림사는 달마 생전 때보다 더욱 유명해 지고 활기가 넘쳐흘렀다.

하나(一)의 진법을 골간으로 한 달마의 대승선법은 비로소 활짝 꽃피게 되었다.

동녘 땅 모든 곳에서 만 리를 멀다하지 않고 출가하고자 하는 승려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총령에서 달마를 만난 송운도 머리를 깎고 소림사에서 출가했다.

효장제는 송운을 이른바 어승(御僧)으로 봉하고 자신이 지은 불경죄(不敬罪)를 속죄케 하는 데 진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