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공(禪武功)의 뿌리(2)
달마는 지인을 통해 소림사 승려들의 무술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달마 자신이 익힌 공법을 함께 닦는다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달마는 문득 지인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짐짓 무술은 그렇게 아무 때나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
지인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아무 때나 무술을 써서는 안 됩니다. 단지 악인이나 맹수가 사원을 침범할 때 사용할 뿐입니다. 저희는 함부로 사람을 다치게 하진 않습니다.”
달마는 지인의 대답에 흐뭇해했다.
“옳지! 옳은 말이오. 노납도 천축에서 무공을 조금 익힌 바 있소이다. 소림사에서 내려오고 있는 공법과 대동소이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오. 내, 그대가 원한다면 시범을 한 번 보여주고 싶은데….”
지인은 황급히 합장의 예를 갖추고 응답했다.
“조사의 공법으로 소승의 시야를 넓혀 주시옵소서.”
“좋소.”
달마는 그 자리에서 승복을 걷어올리고 무공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기를 모아 단전에 중심을 잡은 다음 두 발을 가볍게 구르다가 몇 길 높이를 뛰어올랐다.
나뭇가지 위를 마치 평지처럼 날아다녔다.
이 광경을 본 지인은 멍하니 서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신기이시다. 활불(活佛)이시다.”
달마는 가볍게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지인을 향해 싱긋 웃었다.
지인은 또 다시 달마를 향해 합장하며 절을 했다.
“이처럼 놀라운 무공에 소승은 그저 감탄할 따름이옵니다. 원하옵건대 소승에게도 한두 가지를 전수해 주시옵소서.”
달마는 물론 지인의 입에서 이런 청원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가르쳐 줄 수 있소이다. 한데 소사부는 나와 함께 이 동굴에 남아서 공부할 수 있겠소이까?”지인은 조사의 대답이 너무나 시원시원하여 오히려 불안스러웠다.
눈을 깜박이면서 신중하게 말했다.
“소승이 조사님의 허락으로 이 곳에서 면벽좌선하고 무공의 내외공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니…, 어찌 삼생(三生)에 돌아온 행운이라고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달마는 지인이 왜 그러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이라니? 노납의 무술에 무슨 의문이라도 있단 말이오?”
“아닙니다. 그것이 아닙니다.”
지인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소승이 어찌 감히 그런 버릇없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주지이신 혜광 스님께서도 자주 우리들에게 훈계하셨습니다. 혜광 스님은 선림의 무공은 방대하고 그 깊이 또한 대단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공의 내력이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길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승이 배운 것은 다만 넓은 바다에서 물 한 숟가락을 떠먹은 데 불과한 구우일모(九牛一毛)같은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왕 배우려면 최상승의 것을 배우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옳은 말이오. 지극히 옳은 말이오.”
“다만 제가 염려하는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만약 소승이 이 동굴에 머물며 오랫동안 절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주지 스님께서 반드시 사람을 보내 찾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사께서 면벽좌선하시는 비밀이 곧 탄로가 나고 말 것입니다. 또한 조사께서 몸을 숨기는 것조차도 대단히 어렵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소승이 돌아가서 잠시 이 비밀을 숨기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조사께서 여기에 오래 머무르시면서 수행해 나가시다 보면 반드시 좋은 때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자연히 문파의 편견도 사라지고 대승과 소승이 융합할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소승은 조사께서 선림의 진정한 스승으로 세상에 나가시는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달마는 지인이 대견스러워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오. 한데 이 노납을 위하여 과연 비밀을 지킬 수 있겠소?”
지인은 엎드려 무릎을 꿇고 달마에게 큰 절을 올렸다.
“조사께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를 놓으십시오. 소승은 이제 절로 돌아가겠습니다.”
지인은 공손한 자세로 몸을 일으켜 뒷걸음으로 굴을 나왔다.
그리고 몸을 날려 석벽을 타고 산 밑으로 내려갔다.
지인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루가 지난 다음 지인은 기회를 엿보다 몰래 산으로 올라왔다.
달마를 위해 공양할 것을 정성껏 마련해 왔을 뿐만 아니라 작심이라도 한 듯 오랜 시간을 동굴 안에 머물렀다.
조사에게 내공(內功)의 요지와 외공(外功) 특히 경공(輕功)의 기초를 전수받기를 간청했다.
달마는 지인이 원하는 대로 가르쳐 주었다.
지인은 그 날 이후 틈만 나면 동굴로 올라왔다.
그는 대승불교의 선정사상에 대해서도 깊이 알게 되었고 대승공종(大乘空宗)의 성실한 제자가 되었다.
달마에겐 지인이 찾아오는 것이 하나의 즐거운 일과가 되었다.
화룡동굴 안은 조사와 젊은 스님의 기운으로 신비한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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