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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이야기59 - 낙양 영녕사(洛陽 永寧寺) (1)

백미 운정 2010. 6. 21. 17:08

낙양 영녕사(洛陽 永寧寺) (1)

 

달마는 갈대 위에 몸을 싣고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양자강의 북쪽 기슭까지 떠내려왔다.

멀리서 들리던 함성도 이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달마는 모래톱에 가볍게 내려섰다.

모래 위를 맨발로 한 걸음씩 천천히 걸었다.

모래의 감촉이 더할 수 없이 부드러웠다.

남쪽 기슭에서 맞았던 위기일발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고요함이 그의 주변을 감쌌다.

지금 달마의 귀에는 오직 모래 위에 밀려와 부서지는 물결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리고 물결에 반사된 햇빛은 그의 눈에 기쁨을 안겨 주었다.

달마는 고개를 들어 건너온 물길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았다.

자취를 감추었던 배들이 다시 흰 돛을 올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잠시 세심한 눈길로 배들의 동태를 살폈다.

혹시 무제가 배를 띄워 잡으러 오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배들이 이쪽으로 건너오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달마는 잠시 동안이지만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아랫배를 움츠리면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한바탕 스스로를 자조(自嘲)하며 껄껄댔다.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달마는 모래톱을 지나 강가 언덕에 올랐다.

멀리 낙양으로 가는 길이 뻗어 있을 뿐 인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달마는 맨발인 상태로 큰길에 접어들었다. 걸어도, 걸어도 사람 하나 마주치지 않았다.

주막도 절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수십 일이나 걸어야 했다.

뭍에서 이런 고행을 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

달마의 몰골은 피골(皮骨)이 상접할 정도로 처참하게 바꼈다.

그러나 달마의 마음은 더할 수 없이 맑았고 몸 또한 가벼웠다.

드디어 북위(北魏)의 도읍지인 낙양성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던 고도(古都)의 풍광은 금릉에 못지않게 화려했다.

낙양은 양자강 북쪽, 이른바 중원의 중심지였다.

정치 경제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불교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불찰(佛刹)이 무려 1천3백여 개에다 승려도 1만 명이 넘었다.

달마는 해가 저물어 어둠이 깔릴 무렵 낙양성에 들어섰다.

저잣거리에 휘황 찬란한 등불은 낙양의 풍요와 번영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어 홍등가가 나타났다.

이 곳 지리에 익숙지 못한 달마는 그냥 발길 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기생들이 문밖에 나와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도 거지꼴을 한 이역의 중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도리어 조롱거리가 되고 내몰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달마는 술과 춤과 노래로 흥청거리는 환락가를 벗어났다.

갑자기 거리가 어두워졌다.

저자도 술집도 보이지 않는 거리의 적막이 어둠과 겹쳐 짙은 무게를 느끼게 했다.

달마는 문득 자기가 혼자라는 인식이 뼈 속까지 스며들었다.

이 곳엔 아는 사람도 하나 없다.

도반이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태다.

게다가 아직은 언어마저도 자유롭지 못하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 내맡겨진 스스로의 모습이 삶의 실상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