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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이야기57 - 일위도강(一葦渡江) (1)

백미 운정 2010. 6. 21. 17:06

일위도강(一葦渡江) (1)

 

무승 철타가 이끄는 군졸들을 뒤따라 수많은 인마(人馬)가 먼지를 일으키며 강변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보리달마는 너무나 많은 병력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음 한 구석에선 격렬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무제 소연은 그토록 악랄한 자란 말인가?

강을 건너 북상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강변에서 잡아 처형하려고 하는 것인가?

무승 철타는 동태사에서 달마를 놓치자마자 무제에게 상황보고를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통미대사의 말로 미루어 달마가 강을 건너 북위(北魏)로 갈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체하다간 달마를 끝내 놓쳐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추궁까지 당할 염려가 있었다.

보고를 받은 양 무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비록 달마에게 섭섭함과 노여움을 갖긴 했지만 그래도 무제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가 달마를 다시 데려오기만 한다면 그에게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고 한동안 궁성에 머물게 할 작정이었다.

시간을 두고 마음을 돌리게 하여 어떻게 하든 나라와 백성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 싶은 것이 무제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달마는 영영 양 나라를 떠나려 하는 것이 아닌가.

무제는 이런 행위를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북위로 가기 위해 양자강을 건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제는 긴급명령을 내려 양자강가에 있는 배는 고깃배까지 모두 철수시키고 엄중하게 감시토록 했다.

그리고 무승 철타와 호위병뿐만 아니라 예하의 장군들까지 총출동시키곤, 강변을 샅샅이 뒤져 달마를 잡아오라고 명했다.

보리달마는 비록 속사정을 소상히 알 수는 없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많이 눈에 띄던 고깃배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것도 그렇거니와 철타와 군졸들이 풍기는 살기(殺氣)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변은 순식간에 군졸들로 가득찼다.

철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달마를 향해 걸어 나갔다.

달마는 꼼짝없이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철타와 호위군졸 몇이라면 자신의 공력으로 능히 감당할 수 있지만 구름처럼 에워싼 수많은 병력을 뚫고 도망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달마 앞에 뚫린 길은 오직 한 군데밖에 없었다.

바로 양자강 옆으로 뻗은 갈대밭으로 통하는 외길이었다.

달마는 농부들의 작업장이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갈대밭을 헤치고 들어갔다.

벌써 농부들은 몸을 숨겨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달마는 멀리 강 건너를 바라보았다.

이미 해가 하늘 높이 솟았고 구름 한 점 없었다.

시야에 거리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러나 강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양자강은 바다처럼 넓어 보였다.

달마는 물가로 달려가면서도 머리 속은 강을 건너갈 묘책을 찾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