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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이야기111 - 종횡(宗橫)의 개종(改宗) (1)

백미 운정 2010. 6. 21. 18:40

종횡(宗橫)의 개종(改宗) (1)

 

 

달마는 종횡에게 이른바 천인일리(天人一理)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의 이치 속에 있다는 풀이에 종횡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 태양(太陽), 태음(太陰)의 두 신(二神)이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는 정(精), 기(氣)의 두 신이 있는 것입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두 눈(二目)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왼쪽 눈은 해에 해당하고 오른쪽 눈은 달에 해당합니다.

하늘의 태음, 태양은 빛으로 천하를 비추고 하루 낮 하룻밤에 1만3천5백 도(度)를 달립니다. 사람도 그에 맞춰 하루 낮 하룻밤에 1만3천5백 번의 숨쉬기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숨쉬기에 조그만 잘못이라도 있게 되면 삼재팔난(三災八難)을 만나게 됩니다.”

달마는 잠시 말을 멈추고 종횡에게 물었다.
“사부께서는 많은 경전을 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뇌조경(雷祖經)>에 쓰여 있는 ‘신중(身中)의 구령(九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종횡은 그 질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지함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선 참스승을 만났다는 기쁨이 꿈틀거렸다.

종횡은 그 자리에서 달마 앞으로 나아가 꿇어 엎드렸다.

이어서 구배(九拜)의 예(禮)를 두 번씩, 십팔배(十八拜)의 큰절을 올렸다.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종횡이 십팔배를 올린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이 그가 달마에게 구배를 요구했던 것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배례(拜禮)이다.

종횡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저는 여태까지 잘못된 방문(旁門)에 빠져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비록 눈은 있었지만 눈동자가 바로 박히지 않아 바른 이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스승님이야말로 참 나한(眞羅漢)이신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스승님께서 무슨 까닭으로 홍진(紅塵)에 내려오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디 저를 제자로 삼으시어 삼계를 벗어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도교에서 불교로 귀의하고자 하오니 고해침륜(苦海沈淪)에서 구해 주시옵소서.”

그러나 달마의 대답은 뜻밖에도 쌀쌀했다.
“나는 애당초 당신을 스승으로 삼아 배례까지 했소이다. 그런데 내 어찌 이제 와 당신을 제자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종횡은 당황해서 몸둘 바를 몰라 했다.

고개를 조아리며 거듭 읍소했다.
“스승님이시여, 저의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비록 도가(道家)에 입문하기는 했지만 진전(眞傳)을 얻지는 못했나이다. 이제 신묘한 스승님의 법어(法語)를 들으니 막혔던 가슴이 절로 열리는 것 같습니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망언을 일삼은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시옵소서.”

종횡은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자세로 달마 앞에 엎드려 애원했다.

그러나 달마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오직 들리는 것은 종횡의 흐느낌 소리뿐이었다.
이윽고 달마가 말문을 열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어리석은 인간은 천리 길을 헤매고 다니지만, 그런 인간도 깨달으면 바로 한 구멍의 뿌리로 돌아간다고 했소이다. 그대는 이제 도교를 떠나 불교로 들어와 나를 스승으로 삼고자 하고 있소. 그대의 자세나 식견으로 미뤄 그 마음가짐이 대견스럽소이다. 그대의 원을 받아들이고자 하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종횡은 달마 앞에 예를 올렸다.
“저를 제자로 받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동시에 스승님의 가르침을 지키는 데 있어 추호도 어그러짐이 없도록 할 것을 다짐하나이다. 부디 제자가 탁(濁)을 벗어나 청(淸)을 찾고 자성(自性)의 법을 밝혀 하차(河車)를 운전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좋소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문제(門弟)가 되기에 부끄럼이 없소이다.

이제 그대의 이름 ‘종횡’을 ‘종정(宗正)’으로 바꾸어 부르도록 하시오.

본래 종(宗)이라는 글자에는 매우 깊은 뜻이 담겨 있소.

조가근원(祖家根源)의 종주(宗主)란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나 횡(橫)이라는 글자는 조금 문제가 있소.

그것은 그대가 삿된 길로 빠져 횡행(橫行)한다는 뜻과도 통하오.

수도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진정(眞正)한 구전묘결(口傳妙訣)을 받지 않고는 법문에 들 수 없는 법이외다.

이제 그대의 이름을 바를 정(正)자를 넣어 종정(宗正)으로 개명(改名)하니, 이는 선천(先天)의 바른 이치를 밝히고 정법(正法)을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오.”

종정은 새로운 법명(法名)에 담긴 뜻을 마음 속에 새기며 스승 달마를 하늘처럼 떠받들었다.

달마가 천성사에 주석한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다.

더군다나 도교의 스승인 종횡이 개종(改宗)하여 달마의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