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난 왕자의 정체(2)
보리다라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선방으로 옮겨 준 까닭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발타대사를 찾아가서 다시 요사채로 돌려보내 줄 것을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아직은 여러 사형들과 함께 수련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대사께서는 모든 비밀을 아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눈앞에 서 있는 사매도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가 염려하던 일이 마침내 터져 버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향지국 같은 큰 나라의 왕자는 작은 나라의 왕과 같은 신분이다.
어찌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있으며 더군다나 서슴없이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신분이 드러나 이곳 사찰 안팎에 소문이 퍼지면 모든 사람들이 어려워 할 것이고 만나기조차 두려워할 것이 뻔하다.
평소 그의 잘못을 거리낌 없이 지적해 주던 사매마저도 그를 경원할 듯 싶어 안타까웠다.
사실 이런 모든 것은 전혀 그가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보리다라는 막의를 흘깃 보면서 아무 말도 없이 보따리를 받았다.
“사형! 당신은…?”
이미 내막을 알고 있는 막의는 여전히 의혹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큰 나라의 왕자라면 무엇이든 부족한 게 없을 것이고, 근심걱정 또한 없을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휘황찬란한 보석을 몸에 걸치고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 아닌가.
한데, 무슨 까닭으로 속세를 버리고 이곳 깊은 산 속 절간으로 들어온 것일까.
만약 그가 정말 왕자라면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도 여기서 접을 수밖에 없다.
천박한 평민계급의 딸이 어디 감히 왕자를 마음 속에 품을 수 있단 말인가.
보리다라는 막의의 이런 마음 속 흐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결코 목석이 아니었다.
그녀를 끔찍하게 생각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평민의 딸이라곤 하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구태여 그것을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애정이 끓어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오래 전에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사제(四諦)와 팔정도(八正道)를 굳게 지키기로 다짐한 그였다.
사실 그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성군이 되어 백성에게 선정을 베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를 잘 하더라도 그것이 만백성을 제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불법(佛法)만이 무량하여 진리의 비를 두루 뿌려 중생을 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속의 생각을 끊어버리고 진지하게 수행에만 전념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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