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난 왕자의 정체(1)
막의는 총총히 뜰을 가로질러 선방을 찾았다.
뜰 앞에는 보리수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었다.
막의는 보리수를 무척 좋아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6년의 고행 끝에 마침내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일찍이 그녀를 매료시켰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나무 자체가 지니고 있는 특성, 즉 곧은 줄기와 맑은 기운으로 윤기가 감도는 잎새는 그녀를 황홀케 했다.
보리수의 푸른 잎을 보고 있으면 순박함과 고결함 그리고 탈속의 경지를 느낄 수 있었다.
보리수의 그런 특성은 그녀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기도 했다.
게다가 ‘보리’라는 두 글자가 들어있는 나무 이름은 사형 ‘보리’다라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그 나무를 볼 때마다 피부에 와 닿는 가까움을 느꼈다.
어떤 땐 보리수를 사형의 화신인 양 착각하기도 했다.
막의는 보리수 옆을 지나면서 발타대사가 한 말을 새삼스럽게 곱씹었다.
대사께서 사형을 선방으로 옮겨준 것은 너무나 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상념에 빠졌다.
때마침 보리다라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선방에서 뛰어나왔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은 정면으로 부딪쳤다.
보리다라는 황급히 물러섰다.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다.
“사매…, 내 불찰을 용서하시오!”
그는 합장하며 사과했다.
“….”
황망하기는 막의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런 일에 두 볼이 발개졌다.
보리다라의 사과에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러나 곧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오히려 제가 주의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제 잘못인데 사형께서 사과하시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한데, 사형께선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기셨습니까?…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나오시다니….”
사실 두 사람이 이처럼 부딪친 일은 한번도 없었다.
보리다라는 무술이 출중한 막의가 자기를 피하지 못한 것을 내심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사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소?”
“예….”
막의는 보자기를 건네면서 말을 이었다.
“대사님의 명을 받들어 사형의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보자기를 보는 순간 그는 몹시 당혹스러웠다.
열어 볼 것도 없이 보자기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보석들은 급할 때 요긴하게 쓰라고 부왕(父王)께서 사람을 시켜 몰래 보내온 것이었다.
궁성을 떠날 때 보리다라는 몸에 지닌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생활하는 데 조금도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불문(佛門)의 자비로움에 늘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이 보석이 사람의 눈에 발견될까 싶어 무척 신경을 썼다.
만약 그렇게 되면 왕자의 신분이 탄로날 뿐만 아니라 일대 소란이 벌어져 공부에 방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요사채의 침대 밑에 깊숙이 감췄다.
평소 행자승들이 청소할 때도 그곳만은 지나치는 것을 확인까지 한 터였다.
이렇게 사매가 보따리를 들고 오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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