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세존님 사랑

달마이야기47 - 황도 금릉으로 가다(1)

백미 운정 2010. 6. 21. 16:55

황도 금릉으로 가다(1)

 

 

자사 소앙은 조정의 어사에게 조서를 읽게 했다.

어사는 소매 안에서 조서를 꺼내 펼쳤다.

달마 조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달마는 어사를 향해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지 않았다.

꼼짝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달마의 태도에 함께 온 자사는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속의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조사 앞에서 감히 그런 사실을 지적할 수는 없었다.

어사는 그대로 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달마는 눈을 감은 채 듣고 있었다.

어사가 조서를 다 읽었는데도 달마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땅히 폐하의 은혜를 고마워하는 인사가 있어야 할 터인데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달마가 눈을 떴다.

그리곤 ‘껄껄’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과찬이신 것 같소. 아무튼 이 나라의 황제는 불심이 돈독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구려. 이게 다 인연이오. 암 인연이고 말고…. 자, 그러면 가십시다. 이 늙은이가 어사를 따라 당장 출발하겠소이다.”

달마는 방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대로 갈 길을 재촉했다.

달마의 그런 태도에 오히려 어사가 당혹스러워했다.

달마는 어사의 그런 마음을 읽고 웃으면서 말했다.

“출가인은 사해(四海)가 모두 자기 집인 것이오. 위로는 천자에게도 절하지 아니하고, 아래로는 제후에게도 겸양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출입하고 자유로이 오고 가는 것이외다. 자, 어서 떠납시다.”

어사는 그제야 그 연유를 깨닫고 황급히 조사에게 절을 했다.

“성상(聖上)께서 마차(馬車)를 보내주셔서 지금 사찰 밖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그리로 모시겠습니다.”“그렇게 합시다.”

법성사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조사를 연호하는 소리에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달마를 떠나보내는 이 곳 사람들의 심정은 한결같이 스산했다.

비록 황제의 초청으로 가는 영광된 길이긴 하지만 이 곳 사람들로선 그렇게 달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아쉬움에 울부짖는 이도 적지 않았다.

“댕! 댕! 댕! ….”

법성사의 종고루에서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종소리를 듣고 절 안에 있던 승려들이 모두 몰려 나왔다.

승려들은 삽시간에 유화선실에서 절 입구에 이르는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섰다.

나이 많은 스님이나 젊은 스님, 비구니와 사미승 할 것 없이 달마 조사의 가는 길 앞에 엎드렸다.

모두 두 손 모아 합장한 채 입으로 불호를 외쳤다.

달마는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합장한 손으로 일일이 답례했다.

광지 주지, 자사 소앙 및 조정 어사의 호위를 받으며 달마는 천천히 절 대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러나 육중한 절 대문은 웬일인지 여지껏 닫혀 있었다.

달마가 대문 가까이 이르자 건장한 젊은 스님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쩔쩔맸다.

아침저녁으로 대문을 여닫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 따라 대문이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여러 명의 스님들이 덤벼들어 힘껏 대문을 밀었다.

그러나 대문은 삐거덕거리기만 할뿐이었다.

이런 초유의 현상에 모두가 당황했다.

광지 주지와 자사 소앙도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달마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란 듯 대문 앞으로 다가서더니 이리저리 살피는 것이었다.

이윽고 대문이 문틀에 꽉 끼어 있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곳을 가볍게 흔들어 조정한 다음 대문을 열어 보라고 일렀다.

대문은 아주 쉽게 열렸다.

대수롭지 않은 이런 일에서조차 신비로움을 느꼈는지 모두들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달마는 큰걸음으로 문지방을 성큼 넘어섰다.

대문 밖의 대중들은 일제히 엎드려 절을 했다.

달마는 정중하게 합장의 답례를 했다.

밖에는 노란색 휘장을 두른 마차가 한껏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달마가 마차에 오르자 황궁에서 파견된 200여 명의 호위병사들이 일제히 마차를 에워쌌다.

승려들과 대중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땅에 엎드려 ‘조사님! 조사님!’하고 소리 높여 송축했다.

달마는 마차의 휘장을 젖히고 전송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거듭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