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사의 욕불절(浴佛節) 성회(1)
자사 소앙은 고을마다 관첩(官帖)을 내렸다.
법성사에서 열리는 달마 조사의 대법회에 될수록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때맞춰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참선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 소앙의 일념이었다.
법성사의 욕불절 성회는 그야말로 장관(壯觀)이었다.
절 안팎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이 내걸렸고 오색으로 채색된 띠가 사방 팔방에 펄럭거렸다.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찾아온 스님들로 절 안엔 머물 곳조차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수많은 대중들까지 몰려들었으니 법성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절 경내엔 천 명이 넘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지만 이미 빈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돌로 높이 쌓아올린 강경대에는 제단이 설치되고 그 위엔 커다란 구리향로가 놓여 있었다.
향로에선 세 줄기 향불이 실같이 피어 올랐다.
제단 앞 연화보좌엔 노란색 방석이 깔려 있었다.
이윽고 달마 조사가 그 자리에 앉았다. 굵은 눈썹, 날이 우뚝 선 코, 노인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우람한 체격은 만장을 압도했다.
달마 조사는 오늘 따라 붉은색 가사를 걸치고 손에는 검은색 염주를 쥐고 있었다.
강경대에서 좌중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는 그 눈빛에 빨려드는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달마는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대중들을 둘러보면서 합장했다.
이 땅에서 최초로 펼치는 대규모 법회이기에 분위기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찍이 석가모니께서 지혜의 횃불을 높이 들어 길 잃은 중생을 구하고 우주를 밝혀 준 이치를 달마 조사는 숨돌릴 사이도 없이 설파했다.
나아가서 오늘날의 불교가 여러 갈래의 종파로 나뉘어 분쟁하는 실상을 지적하고 진정으로 정(淨)과 오(悟)를 숭상한다면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꾸짖었다.
달마는 많은 예화(例話)를 들면서 구슬을 굴리듯 선종의 법요를 강론했다. 어떻게 입정(入定)에 들어가고, 어떻게 깨달음을 얻으며, 어떻게 마음을 비워 모든 장애로부터 벗어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끊을 수 있는지를 가슴에 와 닿게 설명했다.
천여 명이 넘는 청중들은 숙연했다.
감격과 존경의 눈빛이 일제히 달마 조사의 몸에 꽂혔다.
한바탕 강론이 끝나자 청중들은 약속이나 한 듯 머리 숙이며 소리 높여 외쳤다.
“조사님, 조사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대중들의 외침소리가 한참 동안 절 경내에 메아리쳤다.
달마 조사는 미소 머금은 얼굴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조사의 강론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데 있어서 사람 공부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은 정신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맹목적으로 숭배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할지라도 그 진가(眞假)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는 전언(傳言)에 휘둘릴 까닭이 없습니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그는 힘주어 말하면서 맞은편의 흰 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러분 보십시오. 눈처럼 깨끗한 벽이 아닙니까. 마치 거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그림자도 비춰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보려면 우선 이 벽과 같이 되어야 합니다. 바른 자세로 앉아서 조용히 사고해야 합니다. 오로지 조용한 생각만이 자신의 그림자를 정확히 보게 하고, 그래야만 비로소 도를 깨닫아 부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달마 조사의 설법은 듣는 이의 살갗을 파고 들어갔다.
목소리가 살갗에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몸 속을 관통하는 것이었다.
말씀과 소리의 현묘함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일찍이 이처럼 생동감 있는 선 공부를 한 적이 없었기에 청중들 사이에선 더할 수 없는 감동이 물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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