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대법회 (2)
냉정을 잃지 않는 달마
법단에 좌정한 달마는 도도하게 흐르는 대하(大河)처럼 선종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설파했다.
수 천명의 승려들은 설법의 한 구절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달마선법의 클라이맥스는 입세수행(入世修行)과 견성성불(見性成佛)의 참뜻을 말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법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닥치시오!”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리가 들려온 쪽에서 회색 가사를 입고 검은 색 신을 신은 대화상(大和尙)이 벌떡 일어나더니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달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당신이 말하는 입세수행과 견성성불은 이단의 사설에 속하는 것이오. 그런 설법은 걷어치우시오. 우리가 수행하는데 꼭 입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그리고 꼭 입세해야만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소.”
대화상은 자못 강경하게 힐문했다.
그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어났다.
“당신의 설법은 불문(佛門)을 더럽혔소. 이게 석가모니 부처님을 배반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그러나 보리달마는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태연자약했다.
그는 손에 쥔 염주를 굴리며 ‘아미타불!’을 외쳤다.
그런 다음 다시 설법을 계속했다.
“여러분이 이곳에 모인 것은 각기 자기의 의견을 펼쳐서 부처님의 법륜(法輪)을 빛내고 넓히기 위해서 입니다. 빈승이 비록 선종의 가르침을 말하고는 있지만 여러 동문에 대해서 한 번도 천박하게 여기거나 경멸한 적이 없고, 더욱이 억지로 남을 설복하려고 한 적도 없소이다. 지금 천축의 불교계에는 여러 종파가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각 종파가 서로 격려하며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오. 각 종파의 가르침과 방법에 비록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목적은 하나로 일치될 것이라고 믿고 있소이다. 모든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구해 내고자 하는 목적 말이외다.”
“옳은 말씀이오.”
“참 훌륭하신 말씀이오.”
여기저기서 칭찬과 찬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란을 피우던 승려들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머쓱해서 침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들이 어찌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자기 종파의 승려들을 선동하여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석가모니 부처께서 전하신 법은 한 가지의 일문일종(一門一宗) 뿐이다. 어찌 너희같이 불법을 왜곡해서 별도로 선종을 세우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법문(法門)에서 축출해야 한다.
다시는 사도(邪道)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달마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세력들이 우르르 법단 앞으로 몰려들었다.
법단 주변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달마를 추대하고 숭앙하는 승려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계속해서 “업보로다, 업보로다”하며 탄식해 마지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보리달마는 냉정을 잃지 않고 의연했다.
석가모니 부처의 옛날 규율을 철저하게 받들어 온 승려들은 그가 어느 종파에 속해 있든 간에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더군다나 얼핏 독창적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 선견(禪見)의 사상(思想)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천축 불교계의 폐단으로 지적되어 온 종파의 분쟁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6대 종문을 설득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승려들의 소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갔다.
심지어는 보리달마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할 기세까지 보였다.
그의 머리엔 문득 스승인 반야다라 조사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조사로부터 이어받은 하나(一)의 진법이 동쪽 땅에서 무르익게 될 연고 때문에 오늘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만약 동녘 진단(震旦)에서 진정으로 불법이 꽃피고 그것이 되돌아와 천축에 영향을 주게 되는 날이면 종파와 파벌의 다툼도 없어지고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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