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법 하나(一)의 내력 (2)
불법을 구하려면 우선적으로 세속에 물든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나아가 잡념을 제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신을 닦아 정과(正果)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에게 삭발을 받고 가사를 걸치게 됨으로써 형식적이긴 하지만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이제 보리달마는 정식으로 불조 27대의 법통을 이어받은 28대조가 된 것이다.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에게 감사의 예를 올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지향해야 할 길을 물었다.
“조사님! 제가 이미 하나(一)의 진법을 받았거늘 마땅히 어디에 가서 불사를 행해야 좋을런지요?”반야다라는 천천히 눈을 뜨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보리달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전한 하나(一)의 진법은 본시 동쪽 땅에서 전래한 것이니라. 그 법을 마땅히 동쪽으로 회귀시키는 것이 네가 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니 이곳 남천(南天)에서 교화를 행하도록 하라. 그러다가 내가 죽은 뒤 67년이 지난 다음 동쪽 땅으로 가서 진법을 전하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너의 본분임을 잊지 말거라!”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의 인과(因果)를 꿰뚫어 내리는 교시(敎示)에 새삼 감복했다.
“조사님. 듣자옵건데 동쪽 땅에도 고승대덕들이 많다고 하던데…, 제가 그곳으로 가야만 할 어떤 인연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반야다라는 달마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눈을 감은채 깊은 명상에 잠겼다.
이윽고 눈을 뜬 조사는 눈동자의 촛점을 고정시키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 갔다.
“네가 그곳으로 반드시 가야할 이유는 진법을 원래의 곳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너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네가 그곳에 가면 많은 사람들의 추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남쪽은 너와 별로 인연이 없다. 왜냐하면 그곳 사람들은 비록 불교를 숭상하고는 있지만 불교의 참이치는 잘 모른다. 설령 네가 교화하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의 방해에 봉착할 것이다. 그곳에선 절대 오래 머물러서는 안되느니라. 내가 게송 하나를 너에게 들려주겠노라.”
보리달마는 조사의 가르침을 되뇌이면서 공손하게 말했다.
“원컨대 조사님의 게송을 듣고자 합니다.”
“길을 가고 물을 건너 다시 양을 만나고 홀로 외로이 강을 건너네 햇빛 아래엔 가련한 한 쌍 코끼리와 말 두 그루 계수나무 있는 곳 오래오래 창성하리라”(路行跨水復逢羊 獨自棲棲暗渡江 日下可憐雙象馬 二株嫩桂久昌昌)
이 게송은 보리달마가 동쪽으로 갔을 때 일어날 일을 예언한 것이다.
맨마지막 구절의 ‘두 그루 계수나무’가 있는 곳은 소림(少林)사를 말하고 ‘오래’를 나타내는 ‘구(久)’자는 아홉을 뜻하는 구(九)와 상통한다.
따라서 소림사에서 구년면벽으로 창성하게 될 것을 노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송의 첫 구절의 ‘양(羊)’은 양(梁)나라를 상징한 것이고, 다음 구절의 ‘외로이 강을 건너가는’ 대목은 양 나라 무제(武帝)와 헤어져서 양자강을 건너가는 것을 예언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구절의 코끼리와 말은 각각 양 나라와 위(魏) 나라의 임금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송을 들은 보리달마는 반야다라에게 물었다.
“자꾸 여쭙게 됨을 용서하십시오. 다음엔 무슨 일이 있겠는지요?”
반야다라가 대답했다.
“내가 죽은 뒤로 105년이 지나면 작은 난리가 있을 것이다.”
“무슨 난리를 말씀하시는지요?”
“나의 게송을 듣거라!”
반야다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읊조렸다.
“마음 속은 길하건만 머리 밖은 흉하 시냇물 아래 승방은 이름에 걸맞지 않네 독룡을 만나 무자를 낳고 홀연히 생쥐 만나니 오래도록 적막하리”(心中雖吉外頭凶 川下僧房名不中 爲遇毒龍生武子 忽逢小鼠寂無窮)
보리달마는 몸을 굽혀서 읍을 하고 또 물었다.
“다시 그 이후는 어떻겠습니까?”
반야다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이후에 너는 총림(叢林)에서 한 사람을 만나 도과(道果)를 얻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들려줄 게송 하나가 더 있느니라!”
“그저 가르쳐 주시기만 바랄 뿐이옵니다!”
반야다라는 다시 낭송을 시작했다.
“동쪽 땅 비록 넓으나 별다른 길 없구나 자손의 힘 빌려 걸어 나아가야 할지니 금계가 물어온 조 한 알로 사방의 나한과 승려를 공양하네”(震旦雖闊無別路 要假兒孫脚下行 金鷄解御一粒粟 供養四方羅漢僧)
게송을 끝마치자 반야다라는 불자를 한 번 털고는 본당 밖으로 훌쩍 나갔다. (계속)
'부처님 배우기 > ▶---세존님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마이야기21 - 남천축에서의 화행(化行)(1) (0) | 2010.06.21 |
---|---|
달마이야기20 - 진법 하나(一)의 내력(3) (0) | 2010.06.21 |
달마이야기18 - 진법 하나(一)의 내력(1) (0) | 2010.06.21 |
달마이야기17 - 속인(俗人)에게 이어진 법통(法統)(3) (0) | 2010.06.21 |
달마이야기16 - 속인(俗人)에게 이어진 법통(法統)(2) (0) | 2010.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