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승려들이 도열하여 달마를 영접했다(1)
소림사는 북위(北魏)의 효문제(孝文帝) 태화(太和) 19년(단기 2828년, 서기 495년)에 창건됐다.
중원 땅을 밟은 천축의 승려는 달마가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앞선 인물이 발타 대사고, 소림사는 바로 그 발타 대사가 개창한 절이다.
기이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효문제는 발타 대사에게 ‘사념처(四念處)’와 ‘오정심관(五停心觀)’을 배웠다고 한다.
발타 대사가 가르친 ‘사념처’란 신(身) 수(受) 심(心) 법(法)의 네 가지가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임을 항상 염(念)하고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정심관’이란 부정관(不淨觀) 자비관(慈悲觀) 인연관(因緣觀) 계차별관(界差別觀) 출입식관(出入息觀)을 이르는 것이다.
‘사념처’와 ‘오정심관’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발타 선법(禪法)은 당시 중원에서 크게 성행했고 제자 혜광(慧光)과 승조(僧稠)에 의해서 계승되었다.
발타 대사의 가르침에 감복한 효문제는 일대 불사(佛事)를 일으켜 큰 절을 짓게 했다.
절이 완공되자 발타 대사는 효문제에게 절 이름을 지어 하사해 줄 것을 간청했다.
효문제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 절이 위치한 곳이 소실산이요, 절 앞에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으니 수풀 림(林)자를 붙여 소림사라고 하는 게 어떻소.”
소림사란 이름은 이렇게 해서 붙여진 것이다.
발타 대사가 주석한 소림사에는 자연히 수많은 승려들이 몰려들었다.
가히 소승불교의 본고장이라 불릴 만했다.
그 많은 승려들 중에서도 혜광과 승조는 단연 출중했다.
발타 대사는 차츰 절 안의 일을 두 제자에게 맡기다시피 했고, 마침내 모든 것을 위임했다.
발타 대사는 제자들에게 나들이 삼아 잠시 산천구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절을 떠났다.
그러나 끝내 돌아오지 않고 행방이 묘연했다.
다만 서천(西天)으로 돌아가서 부처님께 귀의했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발타 대사가 떠난 후 소림사의 주지는 혜광이 맡았다.
그는 승조와 힘을 합쳐 스승의 선법을 펴는 데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
소림사의 법맥은 날이 갈수록 세를 떨쳤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어느 새 몇 년이 훌쩍 지났다.
이 날도 주지 혜광은 소림사의 본당에서 법회를 주재하고 있었다.
법당 안은 전에 없이 열띤 분위기였다.
여러 승려들은 자신의 수행 체험을 바탕으로 서로 주장과 논박을 펴면서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주지 혜광은 이런 분위기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권장해 마지않았다.
한창 법당 안이 떠들썩할 즈음 행자승 지인(智仁)이 총총걸음으로 법당에 들어왔다.
혜광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지 스님께 아룁니다. 문 밖에 천축 스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 스스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28대 수법조사(受法祖師)라고 하며, 법명은 보리달마라고 합니다. 주지 스님을 뵙자고 청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혜광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솟구쳐 올랐다.
그는 이미 천축의 큰스승인 달마가 이 땅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광주의 법성사에서 불법을 편 이야기뿐만 아니라 양 무제의 부름으로 금릉으로 가서 논쟁한 일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금릉을 떠난 이후로는 머무는 곳을 알 수 없어 안타까워했던 터였다.
그 동안 혜광은 기회 있을 때마다 달마가 묵고 있을 만한 사찰을 수소문해 보았다.
있는 곳이 확인되면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올리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가능하면 조사를 소림사로 모셔 오고 싶어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달마 조사께서 몸소 찾아오셨다니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혜광은 기쁜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지인에게 다짐받듯 물었다.
“정말 천축의 조사이신 달마라고 하시더냐?”
“소승이 어찌 감히 주지 스님께 망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분명 천축의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전해 올렸을 뿐입니다. 다만 28대 조사이신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혜광은 더 이상 지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천축의 승려라면 달마 조사가 틀림없다고 단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서둘러 일어섰다.
즉시 법회를 중단하고 법당문을 활짝 열게 했다.
그 곳에 있는 승려들에게 모두 나가서 환영하도록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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